190301 Day1
아침에 눈을 떴는데, 더 이상 여기가 낯설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이사한 새 집은 아침마다 늘 낯설어서, 내 손이 닿은지 오래인 가구들과 물건들이 가득 채워져 있어도 어쩐지 냄새와 온도가 다르다는 건 감각으로 알 수 있었다. 그러기를 일곱 번. 여전히 감기 기운으로 나른하고 몸은 무거워서 10분 가량을 더 뒹굴거렸지만, 푹 자고 일어났다는 기분에 조금 개운하기도 했던 것 같다.
가족과 함께하는 식사는 이 곳에서만 누릴 수 있는 특권. 오늘은 아침과 점심, 두 번이나 함께 먹었네. 저녁에는 떠나는 한 친구를 위한 자리에 가보고 싶었는데, 코막힘과 감기약으로 인한 노곤함이 심해지길래, 무리하지 말자고 스스로를 설득했다. 눈으로 보이는 날씨는 투명한데, 그 속을 보이지 않는 미세먼지가 가득 채우고 있다는 게 여전히 믿어지지는 않는다. 눈으로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구나.
짐을 푸니 튀어나온 전공 도서들과 노트들 덕에 아주 잠시, 이미 한참 전에 지나버린 대학 시절을 되감기하고 빨리감기 해보았다. 하지만 곧이어 이 기억들은 기억으로만 소중히 남기기로. 집착인지 열정인지, 혹은 열등감인지 자신감인지 정체 모를 감정의 뒤범벅은 지금 내 모습 어디에 고스란히 남아 있는 것만 같다. 도서관 구석에 앉아 언제나 자신이 무엇일지 고민하던 시절이.
갑자기 클래지콰이의 음악이 듣고 싶어서 애플 뮤직 앱을 열고 검색을 하니, 갑자기 멤버십을 연장하라는 안내가 나온다. 아, 벌써 1일이구나. 1월 1일이 시작할 무렵 다시 듣고 있었는데, 당분간은 음악을 들으며 장거리 이동할 일이 없으니까, 하면서 그냥 그 창을 닫기로 한다. 봄,여름,가을,겨울이 한 해인 나에게는 봄이 시작되려 하는 3월이 오히려 새해 같기만 하다. 한 동안 열어본 적 없던 스포티파이 앱을 열어서 듣고 싶던 음악을 들었다.
언제나 그렇듯 새로움의 씨앗이 심어지는 시기에는 눈에 보이는 다른 모양을 찾을 수가 없지만, 잊어버리고, 자라나도록, 가만 두고 있으면 눈 앞에 나타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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